시민 케인(Citizen Kane) — '로즈버드(Rosebud)'의 진짜 의미부터 영화사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 실존 인물 모델, 혁신적 촬영기법

 오슨 웰스(Orson Welles)가 감독하고 주연까지 맡은 1941년작 **시민 케인(Citizen Kane)**은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의 영화" 논쟁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결말을 장식하는 '로즈버드(Rosebud)'가 실제로 상징하는 진짜 의미를 파헤치고, 시민 케인이 어째서 8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화사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지 그 이유를 짚어본다. 또한 주인공 찰스 포스터 케인(Charles Foster Kane)의 모델이 된 것으로 알려진 실존 인물과 실제 이야기를 살펴보고, 딥 포커스와 로우 앵글 등 시민 케인이 선보인 혁신적인 촬영기법이 현대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폭넓게 다룬다. 신문왕의 흥망성쇠를 그린 이 한 편의 영화가 어떻게 영화 문법 자체를 새로 썼는지, 지금부터 하나씩 확인해보자.

Citizen Kane


시민 케인 결말 속 '로즈버드(Rosebud)'의 진짜 의미

시민 케인은 거대한 성 재너두(Xanadu)에서 홀로 숨을 거두는 신문왕 찰스 포스터 케인이 마지막 순간 "로즈버드(Rosebud)"라는 한 마디를 남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 전체는 이 한 단어의 의미를 좇는 기자 톰슨(Thompson)의 취재기로 전개되며, 케인의 지인들을 차례로 인터뷰하지만 끝내 로즈버드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만은 그 답을 목격하게 된다. 재너두의 산더미 같은 수집품들을 불태우는 인부들의 손에 들려 소각로로 던져지는 물건, 바로 어린 시절 케인이 타던 썰매에 새겨진 이름이 '로즈버드'였던 것이다.

이 썰매는 케인이 부유한 후견인에게 맡겨져 어머니와 생이별하기 직전, 눈밭에서 마지막으로 가지고 놀던 물건이다. 즉 로즈버드는 케인이 막대한 부와 권력, 언론사, 정치적 야망, 수많은 인간관계를 손에 넣었음에도 결코 되찾을 수 없었던 것, 바로 순수했던 어린 시절과 어머니의 사랑을 상징한다. 흥미로운 점은 극 중 인물들 중 누구도 로즈버드의 의미를 알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한 인물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해도 그 사람의 진짜 내면은 결코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는 영화 전체의 주제 의식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오슨 웰스는 로즈버드라는 단 하나의 오브제를 통해 '한 인간의 삶은 소유물의 총합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응축시켰고, 이 결말은 이후 수많은 영화들이 모방하는 '상징적 오브제 결말'의 원형이 되었다.

시민 케인이 영화사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

시민 케인이 영화사 최고 걸작 논의에서 늘 상위권에 오르는 이유는 단순히 '오래된 고전'이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라는 매체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사적, 기술적 실험을 한 작품 안에 압축해 담아냈기 때문이다. 우선 서사 구조 자체가 당대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영화는 주인공의 죽음으로 시작해, 기자가 여러 증언자를 인터뷰하는 형식을 빌려 케인의 삶을 비선형적으로, 그것도 서로 모순되는 여러 시각에서 재구성한다. 이는 '하나의 진실'이 아니라 '여러 개의 불완전한 진실'을 통해서만 한 인물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발상으로, 이후 라쇼몽(Rashomon)류의 다중 시점 서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기술적으로도 시민 케인은 혁신의 집합체였다. 촬영감독 그렉 톨랜드(Gregg Toland)와 함께 완성한 딥 포커스(deep focus) 촬영은 화면의 앞뒤 인물과 사물을 동시에 선명하게 담아내며, 편집으로 강조하지 않아도 화면 구도 자체로 인물 간의 권력관계와 심리적 거리를 드러냈다. 여기에 천장이 보이도록 로우 앵글에서 촬영하는 방식, 시간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몽타주 기법, 사운드를 장면 전환의 연결 고리로 사용하는 방식 등은 지금은 흔한 문법이지만 1941년 당시로서는 파격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시민 케인은 형식적 실험이 단순한 과시에 그치지 않고, 권력과 고독, 진실의 상대성이라는 주제와 완벽하게 맞물려 작동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미국영화연구소(AFI)를 비롯한 여러 기관이 오랫동안 이 영화를 '역대 최고의 미국 영화' 1위에 올려온 것도 바로 이런 완성도 때문이다.

시민 케인 실존 인물 모델과 실제 이야기

찰스 포스터 케인이라는 캐릭터는 특정 인물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지만, 신문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를 강하게 연상시키는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허스트는 옐로우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을 이끌며 미국 언론 산업을 좌우한 실존 인물로,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는 선정적 보도로 여론을 형성하고 심지어 미국-스페인 전쟁 여론 조성에도 관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 속 케인이 신문사를 통해 대중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치적 야망을 키우는 모습, 그리고 거대한 저택에 세계 각지의 수집품을 끌어모으는 설정은 허스트가 실제로 소유했던 초호화 저택 '허스트 캐슬(Hearst Castle)'을 그대로 연상시킨다.

오슨 웰스는 영화 경력을 시작하기 전 라디오 드라마 연출자로 활동하며 여러 방송국의 운영권을 장악하려던 허스트의 행보를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영화의 모티브를 구상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허스트 본인은 이 영화가 자신을 모델로 삼았다고 확신하고 격렬하게 반발했는데, 자신이 소유한 신문들을 동원해 영화에 대한 보도를 통제하고 광고를 거부하는 등 온갖 방해 공작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 결과 시민 케인은 개봉 당시 흥행에서 크게 실패했으며, 194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을 받지 못했다. 다만 케인과 허스트가 완전히 동일한 인물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허스트는 케인과 달리 기득권에 비판적인 좌파 성향의 정치인은 아니었으며, 각본가 허먼 J. 맹키위츠(Herman J. Mankiewicz)가 실제로 허스트 저택의 파티에 여러 차례 초대받았던 개인적 경험 역시 각본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민 케인의 혁신적인 촬영기법과 현대 영화에 미친 영향

시민 케인이 오늘날까지도 영화학교에서 교재처럼 다뤄지는 이유는 이 영화가 도입한 촬영기법들이 현대 영화 언어의 기초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앞서 언급한 딥 포커스 촬영이다. 당시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는 초점이 맞는 인물을 부각시키고 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시민 케인은 전경과 중경, 후경에 있는 인물과 사물 모두를 동시에 선명하게 잡아내는 촬영으로 한 프레임 안에서 여러 겹의 정보를 동시에 전달했다. 이는 이후 오손 웰스 자신의 위대한 앰버슨가(The Magnificent Ambersons)뿐 아니라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등 후대 감독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로우 앵글 촬영으로 천장을 그대로 노출시킨 세트 디자인, 조명과 그림자를 이용해 인물의 심리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독일 표현주의적 연출, 뉴스릴(newsreel) 형식을 극영화 안에 삽입해 다큐멘터리적 사실성을 부여하는 실험, 그리고 시간의 경과를 단 몇 초의 몽타주로 압축해 보여주는 편집 방식 등도 시민 케인이 대중화시킨 기법들이다. 특히 인물이 늙어가는 과정이나 결혼 생활이 파탄나는 과정을 짧은 몽타주 시퀀스로 압축해 보여주는 연출은 이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차용되는 클리셰가 되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오늘날 우리가 극장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카메라 앵글, 사운드 디자인, 편집 리듬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 한 편의 영화에서 처음 체계적으로 정립되었다는 점에서, 시민 케인은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현대 영화 문법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결론

시민 케인은 로즈버드라는 하나의 상징을 통해 부와 권력으로도 채울 수 없는 인간의 결핍을 그려내는 동시에, 다중 시점 서사와 딥 포커스 촬영, 로우 앵글, 몽타주 편집 등 당대로서는 파격적인 기법들을 한 작품 안에 집대성했다. 신문왕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를 연상시키는 실존 인물 모델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개봉 당시에는 방해와 흥행 실패를 겪었지만,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오슨 웰스와 그렉 톨랜드가 확립한 영화 문법이 현대 영화 제작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재평가받았다. 형식과 내용이 완벽하게 맞물려 작동한다는 점에서, 시민 케인이 왜 지금까지도 '영화사 최고의 걸작'이라는 수식어를 유지하고 있는지 그 이유는 분명하다.

비판

시민 케인이 오랫동안 최고작으로 군림해온 만큼, 이에 대한 반론과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박찬욱(Park Chan-wook)은 자신의 저서에서 시민 케인을 두고 과잉된 기교로 점철되어 지나치게 신격화되고 과대평가된 작품이라며, 오슨 웰스의 다른 작품들이 오히려 더 뛰어나다고 평가한 바 있다. 나무위키에 정리된 바에 따르면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는 평론가들도 상당수이며, 딥 포커스나 몽타주 등 시민 케인이 선구적으로 사용했다고 알려진 기법들 역시 당대 다른 영화들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참신성과 혁신성이 과장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12년 영국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 사운드(Sight & Sound)의 역대 최고 영화 투표에서 시민 케인은 50년 만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히치콕(Hitchcock)의 현기증(Vertigo)에게 내주기도 했다.

각본의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도 대표적인 비판 지점이다. 평론가 폴린 카엘(Pauline Kael) 1971년 발표한 장문의 에세이 '레이징 케인(Raising Kane)'에서 시민 케인의 진짜 창작자는 오슨 웰스가 아니라 각본가 허먼 J. 맹키위츠라고 주장하며 웰스의 감독으로서의 공로를 깎아내렸다. 이 주장은 당시 큰 파장을 일으켰으나, 이후 로버트 캐린저(Robert Carringer)의 각본 초고 연구 등을 통해 웰스 역시 각본 작업에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문서로 확인되면서, 카엘의 주장이 사실 관계를 왜곡한 편향된 비평이었다는 재반박도 이어졌다. 이처럼 시민 케인을 둘러싼 비판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대한 이견과, 감독의 단독 창작 신화에 대한 저작권 논쟁이라는 두 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비판대상 참조 글 주소

  • 나무위키, "시민 케인" (오슨 웰스의 다른 작품이 더 낫다는 박찬욱 감독의 비판 및 과대평가 논란 서술) — https://namu.wiki/w/%EC%8B%9C%EB%AF%BC%20%EC%BC%80%EC%9D%B8
  • Variety, "Who Wrote 'Citizen Kane'? It's a Mystery Even If You Know the Answer" (폴린 카엘의 '레이징 케인' 주장과 그에 대한 반박 정리) — https://variety.com/2020/film/columns/who-wrote-citizen-kane-orson-welles-herman-mankiewicz-pauline-kael-1234841438/
  • Wikipedia, "Raising Kane" (폴린 카엘 에세이의 논쟁과 후속 학계 반박 개요) — https://en.wikipedia.org/wiki/Raising_Kane

나의 한 줄 의견

기술적 성취보다 더 오래 남는 건 결국 로즈버드 하나로 응축된 쓸쓸함이었습니다.

나의 느낀 점과 비판

시민 케인을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이게 왜 역대 최고 영화라는 거지'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흑백 화면에 옛날 영화 특유의 느린 호흡까지 더해지니, 딥 포커스니 로우 앵글이니 하는 설명을 미리 읽고 봐도 그 혁신성이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이 영화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기법 자랑이 아니라 훨씬 쓸쓸한 감정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많은 걸 가져도 채워지지 않는 결핍, 그리고 그걸 아무도 끝내 알아주지 못한다는 고독함 말입니다. 재너두의 물건들이 하나씩 불타는 와중에 썰매가 소각로로 던져지는 마지막 장면은, 다시 봐도 뭉클하더라고요.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여러 증언자의 시점을 오가는 구성이 신선하긴 한데, 그만큼 케인이라는 인물에게 정서적으로 깊이 몰입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인물의 삶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이 사람을 한번 분석해보자'는 느낌이 강해서, 감정보다는 머리로 이해하게 되는 영화라는 인상이 컸습니다. 또한 박찬욱 감독의 비판처럼 이 영화가 지나치게 신격화된 측면이 있다는 데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갔습니다. 딥 포커스나 몽타주 같은 기법 자체는 이미 다른 영화들에서도 쓰이고 있었다는 점을 알고 나니, '최초'라는 수식어에 너무 의존해서 평가받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럼에도 형식과 주제가 이렇게까지 정교하게 맞물리는 영화는 여전히 드물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감안하고도 한 번쯤은 꼭 봐야 할 작품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의 어떤 장면에서 로즈버드 같은 여운을 느끼셨나요?

 

Review No.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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